퇴근 후 1시간 글쓰기 7일 실험기

“퇴근 후 1시간 글쓰기 7일 실험기를 통해 하루의 끝을 새롭게 채우는 방법을 발견했다. 일상 속 자기 대화의 힘과 변화의 순간을 기록한 이야기.”

퇴근 후 남은 시간의 의미를 다시 묻다

사람은 하루 중 가장 피곤한 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대부분 ‘퇴근 후’라고 말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 난 뒤 남은 체력은 바닥나 있고, 머릿속은 복잡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바로 그 시간에 자신을 위한 투자를 시작한다. 퇴근 후의 1시간은 하루 중 유일하게 ‘회사 밖의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을 글쓰기로 채워보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퇴근 후에도 내 안의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단순한 의지는 금세 흐려진다. 그래서 실험을 하기로 했다. ‘퇴근 후 1시간 글쓰기, 7일 동안’이라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글을 잘 쓰기 위한 훈련이라기보다는, 하루의 끝을 어떻게 의미 있게 채울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글을 통해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피로만 남을까. 그 결과가 궁금했다.

1. 첫째 날에서 셋째 날까지: 글과 마주하는 불편한 시작

퇴근 후 첫날,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키보드를 두드린 손이지만, 개인의 생각을 쓰기 위해 마주한 키보드는 전혀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다. 머릿속은 비어 있었다. 하루 동안 겪은 일은 많았지만, 글로 옮기려니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첫날에는 글의 주제를 정하지 않고, 단순히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적기 시작했다. 문장은 엉망이었고, 표현은 투박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쓰면 쓸수록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둘째 날에는 조금 달라졌다. 퇴근 후 글을 쓰기 전, 10분 정도 산책을 했다. 그리고 짧은 글감을 메모했다. ‘오늘 회사에서 불필요한 회의에 대해 느낀 점’, ‘퇴근길 버스에서 들은 대화’, 이런 것들이다. 주제가 생기자 글쓰기는 훨씬 수월했다. 내가 느낀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서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풀렸다. 셋째 날에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루틴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다. 퇴근하자마자 노트북을 켜는 것이 당연해졌고, 그 행위를 통해 하루를 ‘닫는 의식’처럼 느꼈다. 글쓰기는 점점 일상의 일부로 스며들고 있었다.
이 시기에는 주변의 시선도 약간 바뀌었다. 친구들은 “퇴근하고도 또 일하냐”고 농담했지만, 나는 일과 글쓰기를 구분할 수 있었다. 글쓰기는 나를 소모시키는 일이 아니라 회복시키는 일이었다. 그 차이를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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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넷째 날에서 여섯째 날까지: 글이 나를 관찰하기 시작한 시간

넷째 날이 되자 나는 글을 ‘기록’이 아니라 ‘대화’로 느끼기 시작했다. 글은 단순히 내 생각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나 자신과 대화하는 매개였다. 회사에서의 일, 인간관계의 피로, 작은 성취감까지 — 글은 모든 것을 받아주었다. 이 시기부터는 글이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말투로 생각하는지, 어떤 순간에 멈추는지를 보여주었다. 퇴근 후의 시간은 더 이상 ‘소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회복하는 시간’으로 변해갔다.
다섯째 날에는 집중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하루 종일 일한 뒤 1시간 동안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이 날 나는 글을 쓰며 자꾸 휴대폰을 들여다봤고, 집중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그 순간을 인정하기로 했다. 완벽한 글쓰기보다는 꾸준한 기록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여섯째 날에는 이전보다 더 느긋하게 글을 썼다. 주제는 ‘퇴근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피로한 하루를 보낸 나에게 “오늘도 버텼다”는 말을 글로 남기니, 그 자체가 보상처럼 느껴졌다.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다.
또한 이 시점부터 글의 양보다 질을 고민하게 되었다. 문장을 다듬는 일보다 ‘왜 이 문장을 쓰는가’를 묻는 일이 많아졌다. 글쓰기가 생각의 깊이를 재는 도구로 변하면서, 하루의 소모적인 감정이 점점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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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곱째 날: 1시간의 의미가 바뀌다

일곱째 날에는 처음과 달리 글을 쓰기 전부터 마음이 들떴다. 이 실험이 끝난다는 해방감보다는, 글을 통해 ‘나를 다시 만났다’는 실감 때문이었다. 퇴근 후의 1시간은 단순히 글을 쓰는 시간이 아니라, 내면을 정돈하는 의식이었다. 하루 동안 쌓인 감정의 먼지를 글로 털어내니, 마음의 공간이 생겼다.
마지막 글의 주제는 ‘1시간의 무게’였다. 1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다. 하지만 그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밀도가 달라진다. 나는 이 7일 동안 단 한 번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1시간이 이렇게 긴 시간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글을 쓰는 동안 시간의 흐름이 달라졌다. 평소 같으면 SNS를 보거나 TV를 틀었을 시간에, 나는 키보드 위에서 내 생각을 따라갔다. 글은 하루를 정리하고, 나를 다시 중심으로 돌려놓는 역할을 했다.
이날 밤, 글을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바빴지만, 내 안은 고요했다. 그 고요함이야말로 글쓰기가 만들어낸 가장 큰 선물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지만, 내 안에는 문장으로 지어진 조용한 방 하나가 생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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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퇴근 후의 글쓰기가 남긴 변화

7일간의 실험이 끝나자, 나는 이전보다 자신을 더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단순히 기록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대화의 공간이었다. 퇴근 후의 1시간은 피로를 덜어내는 시간이 아니라, 내면을 재정비하는 시간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하루에 대한 태도’였다. 이전에는 퇴근과 동시에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퇴근 후부터 진짜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느낀다. 글쓰기를 통해 일상의 작은 부분에도 의미가 스며들었다.
이 실험을 통해 깨달은 건 단순하다. 누구나 하루 1시간쯤은 자신에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글쓰기는 그 방법 중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깊은 방식이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는 마음과 약간의 용기면 충분하다.
이제 나는 매일 퇴근 후 글을 쓰지 않더라도, 그 시간을 의식적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하루의 끝에 ‘나’를 남기는 습관은 결국 삶 전체의 리듬을 바꾼다. 그리고 그 리듬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든다. 퇴근 후 1시간 글쓰기, 그 7일의 실험은 그렇게 내 삶의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가게 했다.
글은 여전히 내 옆에 있다. 더 이상 과제가 아니라 동반자처럼. 하루의 마지막 불을 끄기 전, 짧은 문장을 남기는 습관이 내 삶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든다. 나는 이제 안다. 1시간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의식의 변화’는 하루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변화가 이어질수록, 글은 점점 내 삶의 중심이 되어간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