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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에서 시작된 60분의 실험

📑 목차

    사람은 하루를 일로 채우고, 저녁이 되면 피로와 함께 자신을 내려놓는다. 나는 늘 그렇게 살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쉬고 나면 개운하지 않았다.
    몸은 쉬었는데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단순히 피곤해서가 아니었다. 하루를 온전히 ‘일의 리듬’에만 맡긴 채, 나의 리듬을 되찾지 못한 채로 잠드는 탓이었다. 그래서 나는 실험을 시작했다.
    하루의 끝에서 60분을 나를 위해 써보는 실험.
    그건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단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시도였다. ‘내가 내 하루의 주인으로 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몇 분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한 나의 60분 실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루의 끝에서 시작된 60분의 실험하루의 끝에서 시작된 60분의 실험

    1. 하루의 끝은 늘 피로의 영역이었다

    사람은 하루의 대부분을 타인의 리듬에 맞춘다. 회사에서는 상사의 일정에, 사회에서는 시간표에, 심지어 점심 메뉴조차 누군가의 결정에 따라간다. 나는 그런 리듬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루를 잘 버텨내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런 하루가 너무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다른 날보다 조금 더 피곤한 정도의 차이뿐이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나는 그 안에서 자라지 못했다. 퇴근 후의 저녁은 늘 ‘회복’을 빙자한 정지였다. 쉬면서도 불안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무언가를 잃는 기분이었다.
    사람은 반복되는 피로 속에서 자기를 잃는다. 그래서 나는 하루의 끝을 단순한 쉼이 아니라, ‘다른 리듬을 만들어내는 시간’으로 바꾸어 보기로 했다. 그것이 나의 60분 실험의 첫 출발이었다.


    2.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서 ‘무엇을’ 하기로

    처음에는 퇴근 후 60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하루 종일 일을 한 뒤였으니, 집중할 에너지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첫날엔 그냥 노트를 꺼내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생각을 적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을 했는가, 어떤 기분이었는가.’ 그 단순한 질문을 따라 몇 줄을 적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안정됐다. 글자를 적는 리듬이 마음의 호흡을 바꿨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실험은 무언가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다음 날부터 매일 60분의 실험을 이어갔다. 어떤 날은 책을 읽었고, 어떤 날은 산책을 했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하루의 끝에서 ‘내가 선택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선택의 감각이 하루를 나의 것으로 되돌려주었다.


    3. 60분의 집중이 만든 조용한 변화

    실험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몸보다 마음의 변화가 먼저 찾아왔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여전했지만, 그 스트레스에 휘둘리는 시간이 줄었다. 퇴근 후 60분의 집중이 하루의 마침표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이 60분은 하루의 소음 속에서 나를 되찾는 과정이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누군가의 직원도 아니고 누군가의 역할도 아니었다. 그저 ‘나’로 존재했다. 사람은 집중할 때 회복된다. 무언가에 몰입하면 머릿속의 불필요한 잡음이 사라진다. 집중의 대상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선택한 집중’이었다. 그 60분의 루틴이 나의 하루를 정리하고, 정신의 피로를 씻어냈다. 처음엔 피곤해서 힘들었지만, 그 피로를 넘어서자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가 생겼다. 집중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아니라, 에너지를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4. 피로를 다루는 방식이 바뀌다

    이 실험을 이어가면서 나는 피로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피로를 ‘쉴 이유’로만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피로를 ‘정리할 신호’로 본다. 몸이 무겁거나 마음이 복잡할수록 나는 오히려 60분의 집중 시간을 더 철저히 지켰다. 그 60분 동안의 몰입이 피로의 원인을 분석하고 내 안의 긴장을 해소해 주었다. 사람은 피로 속에서 멈추면 무기력해지고, 피로 속에서 집중하면 회복된다.
    나는 퇴근 후 60분을 ‘의지의 시간’이 아니라 ‘리듬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리듬이 만들어지자, 하루의 피로가 쌓이지 않았다.
    회사에서 아무리 힘든 날을 보내도 집으로 돌아오면 그 리듬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 실험은 ‘피로를 없애는 법’이 아니라,

    ‘피로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5. 60분의 실험이 일상을 바꾸다

    두 달이 지나자, 이 실험은 나의 생활 습관이 되었다. 하루의 끝에서 60분을 확보하기 위해 나는 하루 전체의 구조를 바꿨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였고, 퇴근 후 늦은 약속은 과감히 줄였다. 하루의 남은 시간이 아니라, 하루의 가장 중요한 시간이 바로 이 60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위해 다른 일상을 조율하자 하루의 리듬이 명확해졌다. 회사에서 일할 때도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다. ‘이 하루는 나의 60분으로 마무리된다’는 감각이 나를 안정시켰다. 사람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다. 그 시간이 단지 1시간이라도, 그 의미는 하루 전체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6. 하루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나

    이제 나는 하루를 ‘끝낸다’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하루의 끝은 단순한 마감이 아니라, 나를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다. 퇴근 후 60분의 실험은 내 안의 질서를 회복시켜 주었다. 회사에서 쏟은 에너지가 다시 나를 채우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하루의 마지막 60분은 내면의 대화 시간이었다. 오늘의 감정, 생각, 행동을 정리하고 내일의 방향을 조용히 그려보는 순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삶의 주인’으로 돌아왔다. 사람은 하루를 어떻게 닫느냐에 따라 내일의 질이 달라진다. 60분의 실험은 단순한 자기관리 루틴이 아니라, 나를 되찾는 회복의 과정이었다.


    7. 실험이 끝나지 않는 이유

    처음엔 ‘몇 주만 해보자’던 실험이 이젠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왜냐하면 이 실험에는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매일 다른 하루, 다른 감정, 다른 피로 속에서 나는 매번 새로운 나를 만난다. 어떤 날은 책 한 페이지로도 만족하고, 어떤 날은 글 한 줄조차 적지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자리에 앉았다는 사실’이다. 그 자리에 앉는 순간, 나는 내 하루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결국 ‘시도하는 자신’을 믿으며 살아간다. 하루의 끝에서 시작된 이 60분의 실험은 완벽한 루틴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다.


    사람은 하루를 어떻게 닫느냐에 따라 자신을 다시 만든다. 회사와 세상이 나를 규정한 하루가 끝난 뒤, 나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새로 여는 그 60분. 그 시간은 피로를 없애지 않아도, 피로를 이기는 힘을 준다. 나는 이제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오늘도 해냈다’보다 ‘오늘도 나로 돌아왔다’를 먼저 떠올린다. 60분의 실험은 나에게 성과를 주지 않았지만, 대신 존재감을 되찾아주었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책상을 정리하고, 하루의 마지막 60분을 연다. 세상은 잠들지만, 나는 그 시간에 깨어 있다. 하루의 끝에서, 나의 시작이 다시 쓰인다.